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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신바람 소리 March 2021

대한신경과의사회

Refresh life – 인생 맛집 대한신경과의사회 교육이사 / 심동석신경과 의원 심동석

인생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냥 맛집 소개라면 그리 어려울 것 없다며 간단하게 수락을 했지만, 인생 맛집이라는 단서가 붙자 요즘같이 코로나 불경기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외로 너무 많은 식당의 사장님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 중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졌다.

먹는 것을 가리지 않고, 음식은 모두 나름의 맛이 있다고 여기는 편이어서 대개 동반자가 좋아하는 식당을 따라다닐 뿐 맛집이라고 알려진 가게를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방송이나 SNS에서 소개하는 유명 맛집들은 찾아가서 줄을 서도 환영받는 느낌이 없고 한창 뜨내기 손님으로 붐비다가도 유행이 지나면 하나둘 사라지곤 하여서 쉽게 정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내게도 하나 둘 단골집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아는 분이 식당의 주인이어서 예의 상 방문했다가 맛과 분위기에 반해서 계속 찾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릴 적에 다녔던 음식점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그 모습 그대로 한 자리에서 계속 영업을 하고 있어서 다시 손님이 되기도 한다. 또는, 음식이 마음에 들어 몇 번 다니던 식당의 사장님과 친해지면 요즘은 왜 안 오냐고 섭섭해 할까봐 저절로 발길이 향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음식 맛도 맛이겠지만 결국은 사람인가 보다.

고민 끝에 몇 달 전 어깨 통증으로 방문한 환자 분과의 인연으로 알게 된 숨은 맛집을 이번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재일 교포 분이어서 첫 방문 때에는 사모님의 통역을 통해 진료를 하였는데 그 다음부터는 혼자 오셔서 나의 짧은 일본어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가로수 길에서 야키도리 집을 하고 계시는 오너셰프인 것을 알게 되었는데 오사카에서 야키도리 장인에게 배운 솜씨로 모든 요리를 직접 만드신다며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골병이 든 것 같으니 조수를 좀 쓰시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하자 의사의 손짓 발짓 만으로도 치료가 잘 되어서 마음에 들었다며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찾아 달라고 하신다.


< 사진설명(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가게전경, 광어카르파쵸, 닭염통구이, 하이볼 >

가로수길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어느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하여 잘 눈에 띄지 않는 가게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어둑한 골목 막바지에서 환한 불빛을 발견하고는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콘유라고 큼지막한 한글로 된 가게 이름 옆에는 영어로 Sumibiyaki 라고 적혀있고 더 옆에 작은 글씨로 ‘탄화‘라고 도장 모양의 한자가 찍혀있다. 숯불 구이는 진리라고들 하지만, 야키도리는 그저 숯불을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도록 얼마나 정성껏 골고루 돌려주었는가가 중요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따라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좁고 긴 가게 안에 네댓 개의 빈 테이블이 놓여 있었지만, 나는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주방에 연해있는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원래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오래 서야 했는데 거리 두기가 강화된 탓에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시며, 하마터면 오늘은 개점 휴업 상태로 지내다 집에 갈 뻔 했다고 웃으신다. 메뉴판을 보니 강남의 일반적인 미들급 꼬치구이 집의 구성이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사장님께서 주시는 대로 먹겠다고 오마카세를 부탁하고 하이볼 한 잔을 주문하였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하이볼을 한 모금 머금자 상쾌한 기분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본에서는 너무나 대중적인 칵테일인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1: 4 비율로 섞은 것으로, 가볍게 마시기 좋아서 국내에서도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비율을 어기는 경우가 많고 토닉에 섞어 나와서 단맛 위주의 근본 없는 술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집의 하이볼은 경쾌하게 혀끝에서 터지는 탄산의 담백함 위에 위스키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사장님에게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자기 가게에서는 하이볼 머신을 두고 정량을 맞추어 내온다며 그래서 이름이 하이볼 혼모노라고 하신다.


<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닭날개구이, 네기마(대파닭다리살구이). 난코츠(연골구이), 목살구이 >

숯불 위에 올려져 있던 꼬치가 하나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쫄깃한 닭 염통을 필두로 날개와 네기마(대파닭다리살), 난코츠(연골)을 먹어 갈 때쯤 두 번째 하이볼을 비우고 한 잔을 더 청했다. 이것을 먹어보아야 한다고 손에 쥐어 주신 것은 닭의 목살이었다. 가냘픈 닭 모가지 뼈에 겨우 붙어 있는 순살을 발라내어 꼬치에 끼워 기름이 다 빠질 때까지 정성껏 구워낸 세세리는 그동안 먹어보았던 어느 목살보다도 더 바삭하고 고소해서 한 입에 먹기가 너무 아까웠다.


<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츠쿠네(닭고기완자), 호루몽(대창구이), 부라바타(삼겹살구이), 오니기리 >

츠쿠네 (닭고기 완자)를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으며 이것이 마지막인가 했더니 은행구이와 가이바시라와 베이컨이 나와서 술 한 잔을 더 해야 하는지 망설이게 만든다. 더는 무리인 것 같아서 후식으로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자 특제 카레를 한 번 먹어 보라고 자신 있게 권하신다. 닭 육수와 야채로 국물을 내어 오랫동안 끓여 나온 이 집의 카레 국물에 밥 또는 빵을 찍어 먹어본 사람은 카레가 인도 음식인 커리와 전혀 다른 일본 요리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틈틈이 닭꼬치에 하이볼 한 잔이 생각날 때마다 들르면서 호루몽(대창), 부타바라(삼겹살) 같은 육고기도 구워보고 이것저것 시켜보았는데 무엇을 먹어보아도 진심이 들어간 손길의 맛이 느껴졌다.
최근에는 밥을 구워보았는데 (오니기리), 안에 들어있는 달달하면서도 구수한 된장과 쫄깃하게 씹히는 다진 고기가 주먹밥을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일본 된장인 미소의 맛이 특이하다고 하였더니 사장님이 정색을 하면서 이것은 보통 된장이 나니라 오키나와의 쿠메시마에서 갖고 온 된장이라고 하시면서 한참을 설명하시는데 일본어가 짧아서 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정성껏 요리하여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장인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동안 경영이 어려워서 가게가 문을 닫으면 어쩌나 하는 안쓰러움이 많았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었다.
3월 셋째 주부터 가로수길 메인 거리의 애플 매장 옆 대로변에 2호점을 여신다고 하니 앞으로는 가게를 찾아서 골목길을 헤맬 일이 없어졌다. 이제 마음 편하게 여러분께 이 가게를 소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게 정보

  • 상호 : 스미비야키 콘유
  •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11길 31-7
  • 전화번호 : 02-545-0527
  • 영업시간 ; 18:00 ~ 01:00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대로 1006(성내동 64-13) 브라운스톤천호 908호 (우편번호 05378) 대한신경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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